갓 태어난 아이에게 청천벽력 같은 얘기였다. 김영민(가명·14) 군은 2007년 태어나자마자 중증 연골 무형성증, 호흡기 및 뇌병변 장애, 지체장애 등 복합장애 판정을 받았다. 연골 무형성증은 연골이 자라나지 않는 특이질환이다. 김 군은 중증이어서 연골 형성이 잘 안 될뿐더러 골격마저 변형돼 뇌 위축증과 호흡 부전증까지 앓았다. 희귀병으로 마땅한 치료법조차 없어 가족도, 의료진도 김 군의 미래를 낙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김 군은 기적을 만들어갔다. 100일을 넘겼고, 돌잔치를 했고,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그 과정이 순탄치 않았지만 김 군은 꿋꿋하게 버텨냈다. 숨쉬기가 어려워 24시간 산소호흡기를 착용하고, 매달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기도 했다. 여덟 살이던 2015년 키가 1m를 넘지 않을 정도로 성장 속도는 더뎠고, 걷는 것도 쉽지 않았다. 집중적인 재활치료가 요구됐다. 하지만 이 모든 어려움을 김 군은 극복했다.
기적은 그의 노력에 가족들의 헌신이 빚어낸 결실이었다. 아버지는 직장을 그만두고 김 군 돌보기에 매달렸다. 그 덕분에 가족의 생계는 막막해져 갔지만 후회하지 않았다. 이런 사연이 밀알복지재단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자 온정의 손길이 답지하기 시작했다. 이후 김 군의 기적 만들기는 더 이상 외로운 싸움은 아니었다.
꾸준한 재활치료 덕에 현재 김 군은 절대로 뗄 수 없을 것 같았던 산소호흡기의 도움 없이도 일상생활을 한다. 이제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서도 걷고, 뜀박질도 한다. 키도 1m를 넘어서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놀이동산도 찾는다. 장애특수학교 중학교 1학년 과정도 배우고 있다. 김 군의 아버지는 “후원자분들의 도움으로 영민이에게 많은 기적이 일어났다. 아들이 더욱 건강해지도록 노력해 도와주신 분들의 은혜를 꼭 갚고 싶다”며 고마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김 군 가족처럼 장애아동을 둔 가정은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무엇보다 재활치료비와 의약품 값, 의료장비 이용료, 정기검진비 같은 의료비 지출이 커 생계에 큰 부담이 된다. 2016년 발표된 논문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의 의료이용 및 질환 비교 연구’에 따르면 연간 진료비가 장애아동은 비장애아동보다 4배 이상 많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정부가 장애아동 발달재활서비스 바우처 등 다양한 복지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일부 의약품 값과 재활치료비 등은 비급여 항목으로 돼 있어 경제적 부담을 더하게 한다.
중증장애 자녀의 긴 돌봄 시간도 생계 불안을 가중시킨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 따르면 장애아동 부모는 평균적으로 평일에는 12.3시간, 주말과 공휴일에는 18.4시간을 자녀 돌보기에 사용했다. 비장애인 자녀보다 3배가량 긴 시간이다. 그 결과 장애아를 둔 가정의 빈곤율은 상대적으로 높다. 국회입법조사처의 2016년 보고서 ‘장애인 빈곤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국내 장애인 가구의 빈곤율은 30.2%로 전체 가구 빈곤율(16.3%)을 크게 웃돌았다.
밀알복지재단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찌감치 2005년부터 저소득 장애아동을 둔 가정을 대상으로 의료비 지원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약 2600명의 장애아동이 지원을 받았다. 장애아들의 치료비와 재활치료비, 의약품비 등이 주요 지원 대상이다. 이 지원사업에는 SK건설, SGI서울보증, NH투자증권 등 대기업들과 하나금융나눔재단, 서울시약사회 등 다양한 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다. 홍정길 밀알복지재단 이사장은 “이 사업이 지속될 수 있었던 데에는 소외된 이웃과 아픔을 나누고 사랑으로 동참한 후원자와 기업들의 도움이 컸다”며 “앞으로도 국내외에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과 취약계층을 위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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